이미 여러차례 오큘러스에 대한 기사가 나가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인벤과 인터뷰는 처음이잖아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오큘러스 한국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서동일이라고 합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엔도어즈의 '군주 온라인' 해외서비스 부문 GM을 하고 있었습니다. 엔도어즈 게임을 다른 나라에 소개하는, 뭐 그런 역할이었어요. 제가 중고등학교를 모두 캐나다에서 다녀서 현지 사정에 밝았거든요. 

그 후 2008년도 말 쯤 됐나? 지금 오큘러스 대표인 '브랜드 이리브'를 만났어요. 그 분은 당시 '스케일폼'에서 주요 임원이었고, 저도 그쪽으로 이직해 스케일폼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게 됐죠. 그 후 '파머 럭키'에게 오큘러스의 비전을 듣고나서 이리브가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저도 '좋아, 나도 가겠다' 해서 지금 여기까지 온겁니다.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오큘러스는 정말 신생 개발업체잖아요. 스케일폼에서 이쪽으로 직장을 옮기겠다는 결정을 쉽게 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브랜든 이리브는 지금 오큘러스 대표로 있기는 하나 이전에는 '스케일폼' 및 '가이카이'의 주요 임원이었어요. 그런 사람이 어느날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아, 그분과 저는 이전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였어요. 

어쨌든 만나긴 했죠. 갑자기 이리브 대표가 내게 '신세계를 볼 준비됐냐?'고 묻는 거예요. 그리고 뭘 주섬주섬 꺼냈어요. 그게 오큘러스 리프트의 프로토타입이었어요. 청테이프 덕지덕지 붙여 만든 초라한 물건이었어요. 그걸로 'RAGE' 데모를 시연해봤는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아래 상하좌우 360도 완벽히 게임 세상에 들어와 있는 거에요. 해보고 바로 느꼈어요. '이거 나오면 게임 세상이 달라지겠다' 싶었죠. 그래서 같이 일하게 된거에요.

오큘러스는 30여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회사에요. 저는 그 중 8번째 멤버고 유일한 한국인이에요. 스케일폼이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것을 이리브 대표가 보고 한국 개발자들의 능력을 높이 샀고, 한국 시장에도 관심이 많아요. 옆나라 일본에 비해 한국 개발자들은 새로운 장르 만드는데 두려움이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군요. 

아,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 다른 이유중 하나가 주력 산업이 온라인이라는 데 있어요. 오큘러스 리프트를 게임에 적용하려면 VR이 적용돼야 해요. 그런데 콘솔게임에 이 기능을 넣으려면 2~3년이 걸려요. 반면 온라인게임은 패치 하나로 해결되거든요. 


 국내 온라인게임 중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로 즐기면 더 재미있겠다 싶은 것들이 있었나요? 

음... 솔직히 얘기하자면 '카트라이더' 같은 레이싱 게임이 가장 잘맞을거라 생각해요. 아니면 '테라'같은 논타겟팅 액션 RPG가 괜찮을 것 같고요. 테라에서 자신의 캐릭터는 전투를 펼치게 하고, 플레이어는 조금 위에서 다른 곳의 전투현황을 확인하고 그러는거죠. 뭐랄까... 플레이어 위에 떠 있는 신 같은 이미지?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 같은 FPS 종류는 물론 적응이 쉬울거라 예상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마비노기 영웅전' 같은 게임을 1인칭으로 즐겨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큘러스에서 일하기 전에도 가상현실 헤드셋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지 궁금합니다. 

아뇨. 전혀요. 가상현실 헤드셋 자체가 비싸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물건은 아니었어요. 1990년대에 가상현실을 대중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북미를 중심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간적이 있었어요. 그전에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지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무리라는 인식이 강했죠.

제가 가상현실 헤드셋에 관심이 생긴 것도 순전히 이리브 대표 덕분입니다. 그를 통해 오큘러스의 창업자 '파머 럭키'를 알게 됐어요. 20살의 젊은 청년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의 가상현실 헤드셋을 만든다고 하니 관심이 안 갈수가 없었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기획도 봤어요. 그런데 이게 꽤 현실적이더라고요. 참고로 '파머 럭키'는 대학교도 안나왔어요. 순전히 취미로 만들고 있었는데 그정도 수준이었던 거에요.


 한국에 오큘러스 리프트가 처음 소개될 때부터 쭉 봐왔어요. 디자인 부분은 점점 개선되고 있더라고요. 성능 부분은 어떻게 변했나요? 

일단 초기 버전에 비해 디스플레이가 더 커졌습니다. 작년 7월 미국 E3에 참가했는데, 당시 '존 카멕' 아저씨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테스트하고 가셨어요. 당시 제품과 지금 것을 비교하자면 우선 화소 밀도가 증가했고, 색상 변화도 더 빨라졌어요. 당시에는 이미 시장에 출시된 모션 트렉킹 센서를 사용했지만, 지금 오큘러스 리프트에 들어간 제품은 저희 개발팀이 자체 개발한 것입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해본 분들에게 주로 들어오는 피드백 중 하나가 해상도 문제였어요. 조금 더 정밀한 화면을 보고 싶다고 요구했죠. 이 부분도 더 개발중입니다. 실제 판매되는 제품은 1080p 해상도를 지원할겁니다.


 3D멀미에 대한 대첵은 세우셨나요? 전 원래 3D멀미 없는편인데,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하니 조금이지만 어지러움증이 느껴졌어요. 다른 기자들도 몇몇 그런 증상을 호소하더라고요. 

3D멀미 증상은 게임의 구현도에 따라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퀘이크콘을 비롯한 해외 게임쇼에 오큘러스 리프트가 많이 참가했어요. 해외 유저들을 보니 '호큰'은 백 명에 한 명정도 멀미가 있었고, 오히려 '레이싱' 장르에 멀미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죠. 이게 일단 장르에 따라 멀미 강도가 다르다는 뜻이에요.

FPS 게임을 예로 들어볼게요. 이 장르의 캐릭터 움직임은 실제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빠른게 보통이에요. 이럴 경우에는 몰입 저하로 멀미가 오는게 정상이에요. 또한,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하면 헤드트랙킹 속도가 실제 화면과 100% 일치할 수 없기에 색상 변화 속도가 조금 밀리게 되죠. 그래서 잔상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초창기 개발된 노트북에서 발생하는 현상과 같아요. 이건 오큘러스 리프트의 오류가 아니라 현재 시판되는 디스플레이의 반응속도가 느려서 생기는 문제거든요.

개발자 키트를 선판매하는 이유가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에요.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한 뒤 개선해야 하니까요. 오큘러스 리프트가 출시되면 이 플랫폼에 맞는 최적화된 게임이 등장할 겁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멀미 현상은 지금보다 훨씬 완화될 겁니다. 저희는 그 미지의 디바이스가 어떤 모습일지 피드백을 통해 미리 그려보고 싶고요.


 실제 일반 게이머들에게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은 대략 얼마 정도로 생각하고 계세요? 

개발자 키트 판매가가 300불인데, 그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겁니다. 되도록 그보다 더 싸게 판매될 수 있도록 개발 중이에요. 이게 창업자 '팔머 럭키'의 개발 이념과도 일치해요. 그가 처음 이 제품을 개발하던 곳이 창고였고, 그런 만큼 일반인에게도 쉽게 다다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를 원하고 있어요. 솔직히 디스플레이 더 좋은거 가져다 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프로테우스'와 '디어에스더' 같은 관찰형 인디게임이 오큘러스 리프트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많은 게이머들이 '배틀필드'나 '콜오브듀티' 혹은 '헤일로'의 신작에 오큘러스 리프트 기능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하지만 이런 큰 회사들은 그렇게 바로 적용하는게 쉽지 않아요. 게임이 덩치가 커서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 버전 개발을 위해선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니까요. 어쨌든 그들은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이니 함부로 이런 모험심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인디 개발자들은 달라요.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디바이스가 나왔을 때 그것을 개척해보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처음 시장에 출시됐을 때도 세가, 캡콤 같은 대기업들 안들어왔어요. 무명 개발사들이 먼저 들어와 히트치는 모습을 보고 그때서야 들어왔죠. 바로 그것때문에 오큘러스 리프트가 시장에 등장한 직후에는 인디개발자들이 먼저 도전하리라 언급한 겁니다. 

그리고 '디어에스더'와 '프로테우스'는 말 그대로 돌아다니면서 관찰하는 게 목적인 게임이잖아요. 기자님도 '호큰'을 리프트로 즐겼을 때 말씀하셨듯 저희 제품을 사용하면 일단 배경 보는 재미가 커져요. 슈팅 게임할때도 배경 보는게 재미있을 정도로요. 


 오큘러스 리프트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리라 예상하나요? 

국내에서의 성과보다는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말하면 '중국도 있고, 일본도 있는데 왜 하필 한국을 선택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단,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은 콘솔게임의 영향력이 굉장히 낮은게 첫째 이유에요. 동남아 쪽은 거의 한국산 온라인 게임이 점령했어요. 텐센트의 주력 히트작들이 대부분 한국산 온라인 게임이니까요. 그래서 한국 게임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사 측에서 판단한거죠. 

그렇다해도 어쨌든 한국의 소비 시장은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적은 편이에요. 저희 목적은 '한국에서 많이 팔겠다'가 아닌, '한국의 깐깐한 소비자 심리를 만족시킨다'입니다. 유행에 민감하고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한국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여준다면 전세계 어디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렇게 오큘러스 리프트와 함께 인벤도 방문해 주시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 있으신가요? 

오큘러스 리프트는 아직 정식 상용화 버전이 아니기에 아직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점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몰입감 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오큘러스 VR의 전 직원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니 관심있게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